1. 웃음은 왜 필요한가
웃으면 복이 온다, 웃으면 건강해진다. 살아보니 굳이 부가적인 설명이 필요치 않은 더없이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맞는 말인지 알면서도 나에게 매우 유용함에도 잘 지키지 않는 것 또한 인간의 본성이 아닐까 싶은데요, 웃음이라는 것은 주체의 웃겠다는 의지에 달린 것이 아니라 주변환경이나 맥락에 의존해 수동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기 때문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시도 때도 없이 울고 웃는 아이를 보면 더없이 사랑스러움을 느끼고 낙엽이 굴러가는 것만 봐도 꺄르르 웃는 소녀들의 미소를 보면 덩달아 행복해지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 성인이 된 우리에겐 허용되지 않은 상실된 특권처럼 여겨지는 것이죠.
웃음은 외부에서 우리 안으로 침투해 들어오는 사건이고 우리는 그저 번개가 쳐야만 반응하는 피뢰침 같은 존재들인걸까요? 우리가 웃음이라는 번개가 되어 주변 환경과 사람들을 한없이 즐겁게 해줄 수는 없는 걸까요? 웃음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며 웃겠다는 의지만으로 실제 웃음과 행복과 건강과 성공을 불러들일 수 있다면 우리는 밖으로부터 웃음이라는 사건이 들이닥치기를 막연히 기다리는 망부석같은 존재처럼 살기를 그칠 수도 있지 않을까요?
혹시 웃음이 우리의 생각보다 더욱 더 신비롭고 위대한 행위이며 우리의 의지에 따라 그 양을 무한히 늘릴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는 우리는 더 많은 웃음을 향한 즐거운 전장에 참여하게 될까요? 웃으면 복이 오는 걸 넘어 제대로 웃을 줄 알면 불치의 병이나 선천적인 장벽조차도 극복 가능하다는데 정말인지, 연구사례들을 바탕으로 검증해 보도록 할게요.
인간은 일생동안 50만번 정도 웃는다고 해요. 성인은 하루 평균 8번 정도 웃고, 어린이는 하루 평균 400번 정도 웃는다고 합니다. 즉 우리는 어릴때에 비해 50배 정도 더 웃지 않게 된겁니다. 웃는 것은 뇌의 역할인데요, 뇌에 심어져 있는 웃음회로를 자극하면 15개의 안면근육이 동시에 수축되고 몸 속에 있는 650개의 근육가운데 무려 231개가 움직인다고 합니다. 뇌에 소위 '웃음보'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역사적인 실험부터 간단히 볼까요.
1988년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이차크 프리트 박사 연구진은 만성 간질성 발작을 앓는 16세 소녀의 치료를 위해 뇌검사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환자의 옆머리에 전극을 부착해서 전기자극을 주는 거죠. 동시에 소녀에게 그림책 보기, 숫자 세기, 발가락 구부리기 등을 지시했고요, 그런데 검사 도중 프리트박사가 이 소녀의 뇌에 특정부위를 전기로 자극했더니 소녀가 별안간 꺄르르 웃음을 터트렸답니다. 웃을만한 그 어떤 상황도 없었고요, 소녀 역시 갑자기 웃긴 일이 떠올랐다거나 그런 상황도 아니었다는데 말이죠. 심지어 이 웃음은 감정과 아무 관계도 없이 오로지 뇌에 주어진 전기자극의 세기에 따라서 웃음의 강도까지 달라졌다고 해요. 자극을 얼마나 오래 주는지에 따라서 웃음이 지속되는 시간도 달라졌다고 합니다. 프리트 박사는 단백질과 도파민으로 구성된 4제곱 센티미터 크기의, 소위 '웃음보'라는 게 사람 뇌에 있다는 걸 발견하기에 이릅니다. 이 웃음모터를 잘 다루면 뺨의 근육을 단련시키는 것은 물론이며, 알아서 즐거운 생각이 촉발되고, 그러다보면 심지어 인생에 동기부여까지 자연스럽게 된다. 프리트 박사의 설명입니다.
2. 행복이 먼저냐, 동작이 먼저냐.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드실겁니다. 그래, 뇌 속에 웃음모터가 있다는 건 알겠어. 그런데 우리가 살면서 이 부위를 스스로 막 자극하거나 그렇게는 못하잖아?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건 웃음을 유발하는 대상을 봐야 웃음이 나오는 거 아닌가? 프리트 박사도 똑같은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내친 김에 사람이 웃는 순서에 대해서도 연구를 했습니다. 보통 웃음은 특정한 과정을 통해 이렇게 나온다고 생각됩니다. 먼저 웃을 만한 대상을 발견하고 뇌에서 그 대상을 처리하고 즐거운 느낌이 들면 안면근육이 운동을 한다. 그런데 프리트박사가 연구를 한 결과, 그 반대의 경우가 가능하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안면근육을 웃는 형태로 만들면 즐거운 느낌을 받고, 뇌가 좋은 자극을 받아서 몸속근육이 작동하면서 웃게 되는게 가능하다는 거죠. 박사는 이를 증명하기 위해 사람들을 2개 그룹으로 나눴습니다. A그룹에게는 연필을 주고 치아로 이 연필을 물고 있도록 했어요. 이러면 자연스럽게 얼굴 근육들이 웃는 형태랑 똑같이 되는 거죠. B그룹에겐 아무 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는 2개의 그룹에게 똑같은 만화를 보여줬는데 놀라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연구진이 이들 그룹에게 방금 본 만화가 재밌었냐고 물었습니다. B그룹은 볼만했어요, 재밌었어요, 유쾌했습니다 정도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반면 치아에 연필을 물었던 A그룹은 진짜 재밌었어요! 그 캐릭터가 진짜 웃기던데요?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표현이 훨씬 더 다양해진 건 물론이고요, '진심으로' 그 만화가 재밌다고 인식한 거죠? 이 실험이 끝난 뒤 연구진은 이어서 24시간동안 이들의 컨디션이 얼마나 더 긍정적인지, 얼마나 더 자주 웃는지도 관찰했는데요, 치아로 연필을 물고 실험했던 A그룹이 B그룹에 비해 이후 24시간을 압도적으로 유쾌하고 활기차게 보내는 것까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니, 뭐 웃을 일이 있어야 웃지." 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웃을 일이 없으면 일할 때 펜이라도 입에 물고 있는게 훨씬 더 낫겠죠?
3. 웃음 실천법
이 정도면 어쩌면 혹시 세계는 웃음으로 되어 있는 것 아닐까 하는 가정도 한번쯤은 해볼만 하지 않을까요. 세계는 온통 웃음과 기쁨과 유머로 되어있는데 살면서 이 웃음을 얼마나 찾아낼 수 있는가의 게임이라고 생각해본다면, 잘 웃고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사람을 마치 많은 돈과 명예를 가진 사람처럼 모두가 부러워한다면 우린 한시라도 더 웃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떤 세계에 게임의 규칙이 만들어지고 모두가 그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 즐겁게 투쟁한다면 그와 관련된 에너지가 생겨나겠죠. 그 에너지체는 시장과 산업을 만들어 내고 그에 따른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생겨나면 누군가는 웃긴 뭔가를 생산하고 누군가는 재밌는 것을 소비할 것입니다. 만약 그 재화와 서비스들이 웃음으로 구성되고 웃음으로 거래된다면 이 세상은 복과 즐거움과 기쁨과 건강과 성공이 넘치는 더욱 더 즐거운 세계가 되지 않을까하는 조금 엉뚱한 공상을 해봅니다. 개발도상국을 넘어 선진국의 대열에 진입한 우리나라의 현 상황에선 이런 즐거운 상상과 엉뚱기발한 생각들이 갈수록 중요해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덧붙이며 웃음에 관한 웃긴 이야기를 이만 맺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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